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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의 수도, 양곤을 가다 미얀마 여행기 / 부유하지는 않지만 '느리게 사는 삶' 누려
멀리 해외까지 여행을 와서 늦잠을 자려면 여행 다닐 필요가 없겠지요. 미얀마에서 처음 맞는 아침입니다. 아침 산책을 좋아하는 나는 간단한 복장과 사진기를 하나 들고 고푸 목사와 함께 밖에 산책을 나갑니다. 이른 아침임에도 열대의 나라인지라 후끈한 더운 기운이 몸을 감쌉니다. 레인보우호텔 근처에 깐도지 호수가 있다는 것을 미얀마의 지리 공부를 통하여 사전에 알고 있었습니다.
 ▲양곤 시내에서는 경적을 울리면 벌금을 물린다. 그래서인지 거리가 더욱 조용한 느낌이다. (사진제공 이강무) 한 3분 정도 걸어가니 공원이 있습니다. 이 공원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높이가 약 98m나 되는 쉐다곤 대탑이 있는데 이 탑을 건립하기 위하여 지금의 깐도지 호수에서 흙을 파다가 둔덕을 만들었답니다. 깐도지 호수는 쉐다곤 대탑을 만들다가 생겨난 인공호수인데도 상당히 거대하며 자연 호수처럼 생겼고, 물 위에 아름다운 중국식 건축양식의 건물이 세워져 있어 멀리서 보면 아름다운 이국적 풍경을 자아내는 곳입니다.
이 호수가 절을 만들기 위한 그들의 신심에 의해서 생겨난 인공호수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이 곳을 방문하게 되면, 그들의 불심이 얼마나 대단했던가를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열심 있는 신앙의 행위가 반드시 훌륭한 신앙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잘못된 열심은 극단적 이기주의적 욕심으로 변질될 수도 있습니다. 자기만이 옳고 남은 그르다는 이원론적 비인격적 사고방식으로 발전될 수도 있습니다.
수영의 귀재이며 아시아의 물개라 불리는 조오련 선수는 선수 생활을 은퇴한 뒤 1980년 13시간 16분 만에 대한해협을 횡단하는 데 성공하였으며, 1982년 9시간 35분 만에 도버해협을 건넜습니다. 언젠가 그가 텔레비전에 나와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수영을 처음 할 때는 내 힘으로 하려고 발버둥치다가 스스로 지쳐 떨어진다. 그러나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고 마음을 철저히 비우고 몸을 온전히 바다에 던져 바다에 맡겨 버리고, 바다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두면 저절로 수영이 된다"는 식의 말을 하며, 무엇보다 자신을 비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였습니다. 무엇이든지 경지에 이른 사람은 도인다운 생각을 하는가 봅니다.
예수님은 십자가에 매달려 죽으시기까지 자기를 비우셨습니다. 인간이라면 솔로몬처럼 훌륭한 성전도 짓고 그 곳에서 영광을 누리며 살고도 싶었겠지만, 하나님이셨기에 그 모든 것을 다 초월하여 십자가에 매달려 자기 비움의 본을 보이셨습니다. 세계에서 제일 큰 절을 지으려고 어마어마한 호수가 만들어 질 정도로 흙을 파내어 언덕을 만들고, 거대한 탑을 쌓아 신심을 나타낸다 하여도 자신 속에 도사리는 욕정과 욕망을 비우지 않는 한 아무 소용이 없겠지요. 불교는 철저히 자기 비움을 주장하는 종교인데도 아이러니하게도 곳곳에 하늘을 찌를 듯한 거대한 불상을 만들어 자기 내세움의 모습을 자랑하는 모습이 만연합니다.
아침도 먹어야 하고 다음 목적지로 떠나야 하기에 일찍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한국인이 주인이라 그런지 아침은 죽을 끓여 내왔습니다. 이국 땅에서 한국의 죽을 맛보는 것도 괜찮군요. 고푸와 그의 친척도 맛있다고 잘 먹습니다.
한국의 청주만한 수도, 양곤
오늘 하루 더 양곤에 머무르며 컨디션을 조절하여 내일 최종 목적지인 사가잉 지역의 갈레 뮤(시)를 향하여 떠나기로 하고, 숙소를 시내 중심가에 있는 Queen's Park 호텔로 옮겼습니다. 이곳은 보타타웅 타운쉽(Botahtaung Township) 아나라타 로드(Anawrahta Road) 132번지 사거리에 위치하여 있습니다. 중심가임에도 호텔 비용은 어제보다 더 쌉니다. 하루 12,000원에 아침 식사가 포함됩니다. 게다가 시내 중심가에 위치하여 여러 가지 풍물들과 미얀마 상인들의 사는 모습들을 쉽게 접할 수가 있습니다. 미얀마 문화의 체험을 위해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이곳은 미얀마의 수도이지만 한국의 중소도시인 청주시 만한 도시인데 고층 건물이 별로 없고 차들이 그렇게 많지 않아 청주보다 작아 보일 수도 있습니다. 호텔에 짐을 풀어놓고 간단히 배낭만 메고 양곤 시내 관광에 들어갑니다. 먼저 이곳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쉐다곤 대탑을 가 보았습니다. 말로 듣던 대로 정말 대단히 큰 탑이더군요. 2,500년 전에 아파트 30층 높이나 되는 그렇게 큰 탑을 쌓았다는 게 불가사의한 탑임에 틀림없습니다. 경내에 있는 박물관에 들어가려고 하니 내국인은 무료인데 외국인은 5달러를 내야 한답니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차별 대우하는게 기분 나쁩니다. 멀리서 관광 온 외국인이면 오히려 더 잘 대해 주어야지 자기네 민족에게는 받지도 않는 입장료를 왜 외국인에게는 받는단 말입니까? 그리고 이 나라에서 5달러는 상당히 큰 금액입니다. 왜냐하면 공무원이나 고등학교 교사들의 평균 봉급이 15달러 정도라고 하니까요. 그 금액을 내고 구태여 절 안에 있는 박물관에 들어갈 특별한 이유가 없을 것 같아 취소하기로 하였습니다.
이어서 양곤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보조게 아웅산 마켓(Bogyoke Aung San Market)을 가 보았습니다. 시내 한복판에 자리 잡은 보조마켓은 각종 기념품에서 생필품, 보석, 골동품 등 다양한 물건을 파는 시장입니다. 마치 터키 이스탄불의 그랜드 바자르 같은 시장이며 한국의 남대문 시장과 같은 곳인데 그에 비하면 규모가 훨씬 작은 마켓입니다. 언제나 내가 이런데 가서 살 만한 것은 그 나라의 민화가 그려진 값싸고 가져가기에 조그마한 그림 밖에 없습니다. 상상할 수도 없이 싼 가격에 몇 장 사서 배낭에 넣고 이곳저곳을 윈도우 쇼핑하였습니다.
특히 보석가게에 가서 여러 가지를 들여다보았습니다. 부인한테 하나 사주고 싶은 약간 화려하고 아름다운 반지가 있습니다. 여기는 보석이 많이 생산되는 곳이라 쌀 것으로 생각이 되지만 한국의 보석상 가격이 얼마나 되는지 몰라 가격을 비교할 수가 없군요. 구경만 하고 언젠가는 멋진 보석을 하나 사서 부인에게 선물하리라는 마음을 먹어 봅니다. 다음에는 외국 나가기 전에 남대문 보석상에 들려 보석 가격을 좀 알아두어야겠습니다. 여기 저기 보석을 둘러보는 가운데 눈이 좀 발달하였습니다. 좋은 것 나쁜 것을 육안으로 조금 구별하는 능력이 생겼습니다. 시내에서 파는 싸구려 보석들과 쉽게 구별할 수 있는 분별력이 생겼습니다. 오늘은 이것으로 큰 수확입니다.
'나 홀로' 시내 산책
오후 시간에는 나를 안내하던 고푸 목사와 그 친척도 쉬기 위하여 모두 친척 집으로 가고 나만 혼자 호텔에 남았습니다.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도 대단히 중요합니다. 잠시 쉬었다가 호텔 밖에 나가 여기저기 돌아봅니다. 옷 파는 가게도 가보고 수퍼에도 가보고 음식점에 가서 저녁도 혼자 먹어 봅니다. 6백 원 정도면 맛있게 저녁을 먹을 수 있습니다. 한국의 돈이 너무 쓸모가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만 원 가지고 별로 쓸 것도 없지만 여기서 그만한 돈이면 식사도 하고 쇼핑도 하고 영화도 한 편 볼 수 있습니다. 내가 갑자기 부자가 된 기분입니다. 부자는 상대적인 개념이지요.
지금 나는 이 나라에서 잠시 부자입니다. 우리나라 국민 경제가 높아지고 생활 수준이 높아진 덕분에 내가 덩달아 부자가 되었습니다. 게다가 하나님을 믿으니 마음도 부자요 안팎으로 영락없는 부자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부자가 된 내가 미얀마 시내 한 복판을 활개 치며 걸어 봅니다. '누가 나보다 부자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 골목길을 걸어가는 데 누가 뒤에 새소리 같은 휘파람 소리를 냅니다. 돌아보니 택시 한 대가 나를 쳐다보고 웃으며 피해 달라고 합니다. 알고 보니 양곤 시내에서는 경적을 울리면 벌금을 물린답니다. 그래서인지 거리가 더욱 조용한 느낌입니다. 그 교통 정책은 참 잘한 것 같습니다.
거리에는 여기저기 짙은 감색 장삼을 걸친 승들이 오갑니다. 스님인지 아니면 절에서 수도하는 수도승인지는 알 수가 없지만 이 골목 저 골목 눈이 닿는 곳마다 장삼을 걸친 승들이 한두 명씩 있습니다. 거리에 가장 많이 다니는 차는 바퀴가 세 개이며 사람이 직접 자전거 타듯이 타고 손님을 태워 나르는 '트라이 싸이클'과 1톤 정도 되는 화물차를 개조하여 사람이 탈 수 있도록 만든 '다우나세'(Dawnace), 그것보다 좀 큰 트럭을 개조하여 만든 '다이나'(Dyna)가 주를 이룹니다. 트라이 싸이클은 미얀마 말로 '똥베인 카'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 '다우나세'와 '다이나' 차는 트럭차인데 손님이 많을 땐 대부분 차량 지붕 위에도 사람을 가득 태웁니다. 마치 톱으로 크게 자른 굵은 통나무를 싣듯이 사람을 차량 지붕 위에 반듯하게 약 20여 명을 앉히고 아래는 사람을 세워서 빡빡하게 태워 나르는 모습은 마치 곡마단에서 곡예하는 모습 같습니다.
차가 가다가 급브레이크 한번 밟는 날이면 안전벨트도 매지 않고 지붕 위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떨어져 죽든지 아니면 큰 사고가 날 텐데 타는 사람이나 운전하는 사람이나 모두가 걱정이 없는 모습입니다. 더 만원일 경우에는 트럭 화물칸의 뒷문처럼 생긴 문을 열어 제쳐놓고 가운데는 끈을 매어 천장에 매달아 놓고 그 위에도 대여섯 명이 올라타고 갑니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묶어논 끈이 끊어질까봐 불안하게 만들지만, 그네들은 아무렇지도 않은지 그대로 차에 매달려 갑니다. 가끔 우리나라 버스 같이 생긴 온전한 버스가 지나가기도 하지만 그런 차는 요금이 비싸든지 아니면 장거리를 가는 차 같습니다. 거리 거리마다 오래된 느티나무처럼 생긴 쿠코(Kuko)라고 불리는 나무가 울창하게 서 있습니다. 가끔 그런 나무 밑에는 나그네가 먹을 수 있도록 물을 담아 논 그릇과 컵이 있는 곳도 있고, 어느 곳에는 불상을 준비하여 향을 피워 논 곳도 있습니다. 양곤의 전 시내는 불교에 흠뻑 젖어 있는 모습입니다. 사방 어디를 보아도 황금색을 칠하여 크게 하늘을 찌를 듯이 뾰족하게 세워 논 불탑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일본과 중국에서 불자들이 많은 관광을 오고 유럽 사람들은 불교 신자들은 아니지만 새로운 이방 문화에 호기심을 갖고 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앞으로 문화 자원이 최대의 수출 상품이 될 수 있을 미래 세계에 다시 한번 미얀마가 경제를 회복하고 재기할 수 있는 기회가 있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부국에서 가난한 나라로
1960년대에 우리나라는 먹을 것이 없어 보리고개를 넘을 때 미얀마는 아시아에서 제일 큰 쌀 수출국이었습니다. 우리가 배고파 굶을 때 그들은 배를 두들기며 살았던 사람들이지요. 그러다 농업 기술이 발달하고 우리나라를 비롯해 많은 쌀 수입국들이 쌀을 자급자족할 수 있게 되자 미얀마는 상대적으로 어렵게 되었습니다. 2차산업과 3차산업에 눈을 뜨지 못하고 1차산업에만 매달렸던 미얀마는 성장의 걸음을 멈추고 지금까지 그대로 서 있으며, 반면 2,3차 산업에 눈을 뜬 나라들은 급속히 발전하여 지금은 미얀마가 아시아의 최빈국으로 전락하였고 우리가 오히려 잘 사는 나라가 된 것이지요. 그 뿐만 아니라 미얀마의 정치 상황은 상당히 어려워 국민 개인 성장에 여러모로 저해 요인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돌고 도는 것. 미얀마의 정치 상황이 좋아지고 그리고 세계인들이 문화 상품에 관심을 갖게 되어 오랫동안 간직해 오고 있는 미얀마의 불교 문화를 보기를 원하게 될 때 이 나라는 다시 경제가 회복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얀마를 소개하는 책을 쓴 스님이 미얀마에 가면 세 가지를 해 보라고 하였습니다. 값싸고 질긴 슬리퍼를 사는 일, 그리고 보조개 마켓에 가서 수채화를 몇 점 사는 일, 그리고 마사지를 받아 보라는 것입니다. 슬리퍼는 5백 원이면 사고 수채화 그림 작은 것 하나에 2백 원이면 사고, 마사지는 샤워를 포함하여 3천 원이면 받을 수 있답니다. 그것도 미얀마의 수도인 양곤의 중심가에서 말입니다. 그런데 지금 내가 그 곳 바로 양곤의 중심가를 걷고 있습니다.
여기는 너무 더워서 모두가 슬리퍼를 신고 다닙니다. 거리의 교통경찰을 제외하고는 예외 없이 슬리퍼에 룽지를 입고 다닙니다. 룽지는 고무줄 없는 통치마입니다. 천을 크게 둥글게 박아서 그 천을 몸에 두르고 다니는데 어떻게 두르느냐 하면 목욕탕에서 나올 때 큰 타올을 몸에 두르고 나오는 사람처럼 그렇게 천을 몸에 두르고 매듭을 허리춤 치마 속으로 집어넣으면 그만입니다. 누가 가다가 장난하느라고 그 매듭을 잡아당기면 그대로 주르르 내려 올 것입니다. 게다가 덥기 때문에 하루에 서너 번은 샤워를 해야 되므로 남자들은 아예 속옷도 입지 않고 겉에 룽지만 걸치는 예가 많답니다. 아주 섹시합니다.
룽지를 입고 그들은 택시용 세발자전거 트라이 싸이클도 몰고 다니고, 택시 운전도 하고, 공무원은 출근 복도 그 차림입니다. 날씨는 더운데 그게 더 시원한지 모두 치렁치렁 하는 룽지를 걸치고 다닙니다. 남자들이 앉아 있는 모습은 가관입니다. 여자처럼 치마를 감싸서 가운데 치부가 보이지 않도록 앉아 있는 남자들을 보면 저래가지고 무슨 큰 일들을 하겠나 싶습니다. 출처 : <뉴스앤 죠이> 이강무(lkmlhw) lkmlhw@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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