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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의 종교문화 구소련의 붕괴와 더불어 등장한 중앙아시아 5개국은 소비에트 체제를 경험한 '이슬람 문화'를 지닌 국가들이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미국의 9.11 사태 이후 발생한 아프가니스탄과 미국의 전쟁 당시에 중동의 '이슬람 국가'들이 미국의 공격행위를 비난했던 것과는 다르게, 중앙아시아의 국가들은 비슷한 '이슬람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전쟁기지 역할을 한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의문을 던졌을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물론 중앙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경제적 지원 약속이 큰 몫을 한 것도 사실이지만, 중앙아시아의 국가들이 중동과는 다른 성격의 이슬람 문화를 지니고 있다는 것도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이 글에서는 독특한 모습을 지닌 중앙아시아의 이슬람 문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혹시나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이슬람 문화를 배경으로 지녔다는 사전 지식을 가지고 중앙아시아 지역에 처음으로 도착한 사람들은 공항을 나서자마자 자신의 정보가 잘못되었던 것은 아닌가하는 의문이 생길 것이다. 흔히 이슬람 문화라고 하면 떠오르는 차도르를 쓴 여인들은 전혀 보이지 않고, 기도시간을 알리는 사원의 스피커 소리도 들을 수 없으며, 도시 내에서는 오히려 러시아 정교회의 교회 건물이나 루터회 혹은 기타 다른 종파들의 교회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중동이나 아프가니스탄이 스스로 '이슬람 국가'임을 내세우고 있는데 반해서, 중앙아시아의 국가들은 '공화국'이라는 단어를 내세우는 것도 그 차이점일 것이다. 이와 같은 차이점을 학자들은 '생활 이슬람'이라는 단어로 표현한다.
'생활 이슬람'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생활의 규범이 되어주는 이슬람'이라는 것이다. 즉, 중앙아시아 국가에서는 '이슬람'이라는 종교가 종교적인 역할보다는 생활 규범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보다 쉽게 이해하려면 한국에서의 유교의 역할을 생각하면 될 것이다. 한국 사람들은 유교식 절차에 따라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고 있고, 많은 생활 규범을 유교적인 바탕에 두고 있는 유교 문화권에 속하지만, 자신의 종교가 '유교'라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비슷한 현상이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이슬람 문화에서도 나타난다. 이 지역에서는 자신들은 '모슬렘'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알라를 믿고 있지는 않다는 모순되는 말을 하는 사람들을 가끔 만날 수 있는데, 이들은 이슬람을 종교라기보다는 자신들의 전통문화로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중앙아시아의 모슬렘들은 식사 후에는 신에게(혹은 조상에게) 반드시 감사기도를 드리고, 차를 운전하다가도 사원이나 무덤을 보게 되면 핸들을 놓고 기도의 행위를 하며, 금식 기간에는 금식을 철저히 지키면서도 이는 종교적인 행위라기보다는 조상들의 훌륭한 전통에 따르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이러한 '생활 이슬람'의 전통은 소비에트 체제의 유산이라고 볼 수 있다. 러시아에서 10월 혁명이 발생했을 당시 중앙아시아는 러시아의 식민지였는데, 혁명을 계기로 이슬람 민족국가를 건설하려는 세력과 소비에트 체제를 형성하려는 세력의 대결이 벌어졌었다. 이슬람 민족국가를 건설하려는 세력은 광범위한 지역을 점령하며 대중들의 지지를 받았는데, 이들 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하여 소비에트 중앙정부는 급진 이슬람 세력은 탄압하면서 전통 이슬람 민족 문화는 보존한다는 이중정책을 취했던 것이다.
이와 같은 이중정책은 독립 이후에도 지속되고 있다. 구소련의 붕괴 이후 중앙아시아의 여러 국가들은 나브루스(새해가 시작되는 날)나 하이드(한달 동안의 금식 후의 축제) 같은 이슬람 축제를 전통문화의 부흥이라는 명목 아래 부활시켰고, 이슬람 사원의 재건축이나 성지 순례의 참여를 정부 주도로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이슬람 급진주의자들을 '와하비'라고 부르며 경계하고 있으며, 정부에 반대하는 세력은 (사실이든 아니든) 모두 '와하비'라는 명목 아래 처벌되고 있다.
중앙아시아 사람들은 대부분 이러한 정책이 올바르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정부의 이러한 견제가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경험이 큰 역할을 하였다. 중앙아시아 사람들에게 아프가니스탄은 잘 살던 국가가 이슬람 급진주의자의 장악으로 순식간에 후진국으로 바뀌었으며, 인권을 무시하고 주변 국가를 위협하는 위험한 나라로 비춰졌던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의 급진주의자들이 언제 자신들의 국가마저 위협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발생한 미국과의 전쟁에 중앙아시아 사람들은 당연히 미국의 편을 들었던 것이다.
한편, 중앙아시아 이슬람 문화의 또 다른 특징은 매우 미신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전통 이슬람 국가에서 온 사람들은 이 지역의 이슬람 문화가 매우 이단적이라면서 불만을 토론하고는 한다. 이 지역의 사람들은 전통 이슬람 지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점치는 행위를 매우 좋아한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붐비는 거리에는 새나 타로 카드를 이용해서 점을 보거나 손금이나 별자리를 보아주는 사람들이 매우 많은데, 이들 앞에는 항상 손님들이 줄을 서 있는 형편이다. 또한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을 때에는 유명한 점쟁이들을 찾아가는데, 이들을 만나려는 사람들은 너무 많아서 한 달 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만나기가 힘들다고 한다.
카자흐스탄의 경우에는 이러한 점을 치는 행위가 공식적인 의료활동의 영역에까지 미친다. 알마티의 한 민간 병원은 정부의 공식적인 허가를 받은 집시들이나 점쟁이들이 의료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들은 환자를 받아 점을 쳐서 무슨 병에 걸렸는지를 알아내고 처방이나 치료활동까지 하고 있다.(사진1 참조) 이들 민간요법 의사들은 2년에 한 번씩 신통력에 대한 자격 시험을 치루어 의사 자격을 유지한다고 하는데, 이들에게 진료를 받으려는 환자들로 병원은 항상 붐빈다고 한다.
중앙아시아 사람들은 또한 주술적인 의미를 지닌 부적을 지니기를 좋아한다. 상점에 가면 벼락맞은 뽕나무나 대추나무로 만든 목걸이를 파는데, 자신이 소원하는 것에 따르는 코란의 글귀가 새겨져 있는 것을 구입해서 항상 지니고 다닌다. 이러한 부적은 종이로 된 것도 있으며, 때로는 자신이 태어난 연도의 돈을 행운을 위해 지니고 있는 사람도 있다.
마지막으로 언급할 것은, 이와 같이 '특이한' 이슬람 문화라고 해서 중앙아시아의 '이슬람'이 종교적인 역할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비록 중동 지역의 이슬람 국가들에 비해서는 무척이나 적은 확률의 사람들이 금요일에 예배를 드리고, 그 중 하루 다섯 번의 예배를 드리는 사람이 매우 극소수이기는 하지만, 종교행위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장례식이나 할례, 혹은 결혼이나 탄생 같은 중요한 일이 발생하면 반드시 이슬람 사제의 축복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성지순례를 소망하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형편이다.(사진2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지역에 있는 샤히진다 묘. 메카와 메디나로 성지순례를 다녀오지 못한 사람이라도 이곳을 세 번 방문하면 성지순례를 한 것과 같다고 생각되어진다.)
중앙아시아 지역은 고대로부터 조로아스터교, 마니교, 기독교, 불교 등 고대 세계의 거대 종교들이 꽃을 피웠었고, 결국은 이슬람교가 정착을 하여 현재까지 이르게 되었다. 토착 샤머니즘에 고대 종교들의 색채가 다양하게 녹아들었고, 소비에트 체제를 거치면서 현재와 같은 소위 '이단적인' 이슬람의 모습을 띄고는 있지만, '이슬람 문화'는 중앙아시아 사람들의 전통 문화를 이루는 중요한 배경으로 이해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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