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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란 사회 구성원들에 의해 사회적으로 배워지고 공유되는 모든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인간에 의해 획득되어지는 지식, 믿음, 예술, 과학, 도덕, 법, 기술, 관습 등이 모두 포함되고 있다. 사람들은 문화를 사회적 유산으로 받아 배워나가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 문화를 재형성하면서 변화시키기도 한다. 문화는 그 내용에 따라 인지문화(지식), 규범문화(가치관), 물질문화(기술), 심미문화(예술)로 나뉘어 질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기독교와 문화는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사회가 근대화되기 전까지 기독교는 문화에 커다란 영향을 미쳐왔다. 즉 유럽의 기독교 역사를 보면 유럽 문화는 기독교문화라고 해도 좋을 만큼 각 분야에서 기독교의 영향은 절대적이었다. 기독교는 학문의 발달과 과학기술문명의 정신적 토대가 되었고, 건축, 조각, 미술, 음악 등의 예술 영역에서도 기독교의 영향은 두드러졌었다. 뿐만 아니라 도덕성과 가치, 규범의 근거를 마련하여 사회의 안정과 발전에도 기독교는 크게 기여했다.
한편 개신교가 처음 들어온 선교 초기 한국 사회에서도 기독교는 문화변형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평등주의 가치관을 통해 성, 연령, 계급의 차별을 극복하는 대안을 마련해 주었다. 의료, 교육, 복지사업 등을 통하여 의식을 계몽하고 봉사활동을 전개했다. 정의, 평등, 자유, 민주주의와 같은 근대적인 가치관을 소개했고, 농촌운동, 노동운동, 여성해방운동, 문맹퇴치운동 등을 전개했고, 건전한 오락문화를 보급했다. 그러나 한국에서 기독교가 수행해왔던 이러한 문화변형의 역할들이 오늘날에는 크게 약화되고 있다. 사실상 문화와 기독교의 관계는 몇 가지 유형이 있을 수 있다.
문화 자체를 속된 것으로 보고 거부하고 배척하는 자세가 있다. 이것은 현실 도피적인 입장으로 교회의 사회적 책임이 수행되지 못한다. 한편 문화와 기독교를 거의 동일시하여 세상 문화에 교회가 쉽게 동화되어 기독교의 본질이 손상될 수도 있다. 그리고 기독교가 문화 위에 군림하면서 문화를 기독교화 하려는 입장도 있는데, 이 경우에는 문화의 창조적이고 자율적인 발전 가능성이 억제되는 위험이 있다.
또한 기독교와 문화를 서로 긴장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고 양자 사이를 적당히 오고 가는 기회주의적이며 갈등적인 태도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가장 바람직한 기독교의 자세는 교회가 문화를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하는 것, 즉 문화를 변형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문화운동이란 문화적 변형을 추구하거나 저지하려는 집단적인 움직임을 말한다. 잘못된 문화현실에 대하여는 억제하고, 올바른 문화형태에 대하여는 조장하고 촉진하는 것이 바른 문화운동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올바른 기독교 문화운동에 대하여 논하려면 오늘날의 문화적 현실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명가가 선행되어야 한다. 오늘날 한국문화의 현실은 어떠한가?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규범문화의 퇴조이다. 상부상조하고 공동체의식을 고양시키며 정신적이고 도덕적인 삶을 존중했던 가치와 규범이 점차 개인주의적이고 이기적이며 물질 지향적인 가치와 규범으로 바뀌어졌다. 그리하여 천박한 물욕주의가 규범문화의 전형적인 양상이 되어 버렸다. 물질문화에 있어서도 과학과 기술의 남용과 오용은 결국 자연을 파괴하고 자원을 고갈시키며 환경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했고, 각종 공해와 오염은 사람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심미문화에 있어서도 자극적이고 저속한 대중 오락문화가 판을 치면서 인간성을 왜곡하고 도덕성을 파괴하는 양상이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문화부재 혹은 저질문화의 상황이 한국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면, 오늘날 한국 기독교는 문화변혁을 전제로 하는 문화운동을 전개할 필요성이 강하게 요구되고 있다고 하겠다. 즉 기독교 문화운동은 우리 사회의 문제점인 문화적 현상에 대한 진단과 평가를 토대로 하여 우리 문화를 인간성이 회복되고 사회적 도덕성이 확립될 수 있게 하는 고급문화로 변형시키는 문화운동이 되어야 한다. 그러면 어떠한 기독교 문화운동이 필요한가? 그것은 무엇보다 도덕성 회복운동이 되어야 한다. 이것은 규범척 차원에서 천민적 가치관을 극복하는 문화운동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 지나치게 물욕주의에 물들어 있다. 돈을 최고의 가치로 아는 배금주의, 크고 많을수록 좋다고 보는 물량주의의 노예가 되고 있다.
인간가치가 상품가치로 전락되고, 모든 평가는 경제력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물질만능주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한탕하자는 한탕주의, 편법주의, 요령주의를 만들어냈고, 과소비 풍조와 향락주의를 조장했다. 그리하여 도덕성이 여지없이 파괴되어 버렸다. 따라서 질서와 규범이 파괴되고 반인륜적인 행위가 만연하는 요즈음의 사회풍토에서 상식이 통하고 질서와 법이 존중되며 정신적인 넉넉함을 중요시 여기고 덕성을 함양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운동이 교회를 중심으로 하여 일어나야 한다고 본다. 물질가치 보다는 정신가치, 영적 가치, 도덕 가치를 강조하는 문화운동이 있어야 하겠다.
이 운동은 정치윤리, 기업윤리, 가정윤리, 직업윤리 등의 확립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기독교 문화운동은 또한 공동체 회복운동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것은 나만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사는 삶이 되도록 서로 나누고 사귀고 섬기는 관계성을 확립하는 일이다.
나와 내 가족, 내 교회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이웃, 동료, 사회, 국가와 민족 전체를 염려하면서 공동체의식을 갖는 자세가 운동으로 확산되어야 한다. 서로 다름을 존중하고 인정하면서 다양성 속의 일치(unity with diversity)를 추구하는 운동이 필요하다. 이 운동은 계층갈등, 지역갈등, 세대갈등, 이념갈등, 노사갈등, 성갈등, 종교갈등 등을 해소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기독교 문화운동은 또한 생명 살림운동이 되어야 한다. 교회는 파괴가 아니라 건설, 지배가 아니라 보호, 착취가 아니라 봉사의 수행자가 되어야 하다. 타인의 생명과 재산을 존중할 뿐만 아니라, 자연까지도 보호하고 지키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과학과 기술도 사람을 살리는 데, 풍요롭게 하는 데 쓰여져야 한다. 인간성을 병들게 만드는 저질 대중문화를 지양하고 건강한 대중문화를 발전시키는 문화 정화운동도 필요하다. 여기에는 건전한 심미문화(예술)를 활성화시키는 일이 포함될 것이다.
기독교 문화운동은 나아가서 문화 토착화운동이 되어야 한다. 흔히 기독교문화는 서구적인 문화와 동일시되어 우리 고유의 문화전통은 과소평가 되거나 거부되는 경향이 있어왔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나름대로의 아름다운 역사적 문화전통이 있다. 따라서 무지와 미신에 근거한 문화전통은 극복해야 하겠지만 미풍양속에 해당하는 문화전통은 수용하여 기독교문화와 접목시켜 새로운 한국적 문화모텔을 창출해 낼 필요가 있다. 전통적인 음악과 미술을 활용한다든가 동양 혹은 한국의 전통사상을 새롭게 이해한다든가 바람직한 제도나 풍습은 활성화시켜야 할 것이다.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 기독교 문화운동이 절실히 요청되고 있는 것은 한편으로는 한국 사회의 문화적 현실이 너무 천민적이고 퇴폐적인 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 동안 한국 교회가 문화 변형적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왔기 때문이다. 이제는 한국 기독교가 문화변형을 주도함으로 한국 사회를 새롭게 만들어가기 위한 문화운동을 전개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우선 개교인 수준에서 개교회 수준에서, 그리고 교단 수준에서, 범교단 수준에서 이러한 도덕성 회복운동, 공동체성 회복운동, 생명 살림운동, 문화 토착화운동이 확산될 수 있다면 우리 사회는 다시금 맛을 낼 수 있고 빛을 발할 수 있는 사회로 변모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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