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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씀대로 써내려간 붓끝에 <찬송가>와 <충현교회>가…‘원곡체’ 발명한 서예가 김기승 선생 기념 유묵전
 


원곡 김기승(金基昇,1909-2000)선생.

<찬송가>, <성경전서>, <국어대사전> 등 일상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책 제목들의 서체를 기억하는가. ‘원곡체(原谷體)’라는 서체로 서적뿐만 아니라 주변의 간판 등 다양한 글씨로 우리에게 익숙한 원곡 김기승(金基昇,1909-2000) 선생 탄생 1백주년을 맞아 기념 유묵전이 8월 16일까지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김기승 선생은 평생을 하나님의 “말씀대로” 삶과 예술이 하나되게 실천한 종교인이자 서예가다. 그의 예술은 ‘원곡체(原谷體)’에 귀결되는데, 한 마디로 ‘힘체’이자 ‘성령(聖靈)’의 결정이라 할 수 있다. 조형특질 또한 기운생동(氣韻生動)하는 대담낙필(大膽落筆)의 끊어질듯 극대화된 기필(起筆)운용과 점획의 태세(太細)와 글자의 대소(大小)에 의한 음양대비(陰陽對比)가 두드러진다.

이런 ‘힘’의 미학을 지닌 원곡체는 서예의 죽음을 이야기하는 우리시대에 폰트로 되살아나 책 제목이나 도시 간판글씨로 수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누구나 다 아는 <성경전서>의 표지 글씨가 원곡체고, <새문안교회>는 물론 <충현교회>, <수표교교회> 등과 더불어 동네 <서울 삼겹살> 간판은 그 단적인 사례일 뿐이다.

이번 전시는 ‘원곡체’ ‘묵영’ ‘말씀’ ‘성령’과 같이 서로 다른 것처럼 보이는 주제어들이 실제 하나의 맥락으로 연결됨을 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원곡체의 형성궤적을 서체별 시기별로 추적한 다음 성령으로 충만한 작가의 종교적인 삶이 그 예술에 어떻게 하나 되는 지를 보고자 하였다.



▲김기승 선생의 ‘원곡체’로 제목이 쓰여진 찬송가(좌), 유묵전에 전시된 원곡의 글씨(우) ⓒ 송경호 기자


원곡은 이미 60년대 서예가로서는 선구적인 묵영(墨映) 작업을 통해 서예의 영역확장과 본질회귀를 현대미술(現代美術) 어법(語法)으로 탐색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원곡은《한국서예사Ⅰ·Ⅱ》《원곡서문집》등 서예이론과 역사 연구서를 남기고 있다. 이를 통해 원곡은 우리 시대 서예의 문제인 기능서예의 병폐를 극복하는가 하면 작가자신의 예술궤적에 대한 역사성과 정통성을 스스로 반추하고 있다.

“나는 서가(書家)라기보다 먼저 하나님의 형상대로 피조된 한 인간으로 예수님의 노동정신(勞動情神)의 실천(實踐)과 문죄(問罪)에 묵묵히 글씨 쓰는 태도로 삼십년간의 대부분이 모필(毛筆)잡는 시간이었기에 묵향이 항
상 내 옷깃에서 떠나지 않았다.”

작가자신이 서가(書家)이기 이전에 하나님의 피조물로서 예수의 노동정신의 실천과 문죄(問罪)에 묵묵히 글씨를 쓸 뿐이라는 고백은 삶과 예술이 이미 성령(聖靈)으로 하나되는 경지라 할 수 있다.

새문안교회 성도였던 원곡은 새벽 서너 시에 예수님 말씀에 마음을 열고 독송(讀誦) 필사(筆寫)로 일생을 하루같이 영위하였다고 한다. 그야말로 말씀농사를 생활로 예술로 하나되게 경영하였던 것이다.

“때로는 붓끝에 써지는 글씨가 붉은 꽃송이로 내 혈관(血管)에서 나오는 혈서(血書)인양 착각을 느낄 때에 예수님을 상기한다”는 원곡의 고백은 먹물이 예수님의 피로 인식될 정도로 글씨와 신앙이 하나가 되었던 그의 모습을 엿보이게 한다.

송경호 기자 khsong@ch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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