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
| |
| |
 |
|
철판용접에서 홀로그램까지 - 72세 조각가 최병상 교수 |
|
|
| |
.jpg)
홀로그램은 실물과 똑같이 입체적으로 보이는 3차원 영상으로 위조방지를 위해 지폐나 신용카드에 주로 쓰인다. 이화여대 최병상(72) 명예교수는 고희(古稀)를 훌쩍 넘긴 나이임에도 젊은 작가들도 엄두를 못내는 홀로그램으로 작품을 제작한다.
노년의 작가는 레이저와 센서, 전계발광소자(LED)를 사용하고 있다. 최 교수로부터 신앙과 함께한 50년 조각세계에 대해 들어봤다. "창작하는 사람은 모험하는 사람입니다. 안주하면 절대 안 됩니다. 신앙도 그런 거 아닙니까."
전통적인 조각은 깎아내는(carving) 방법과 붙이는(modeling) 방법이 주로 사용돼 왔다. 그러다 용접기술의 발달은 금속성 물질을 자유롭게 접합할 수 있게 해 현대조각의 혁신을 가져왔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 미술계에선 철은 예술과는 거리가 먼 소재였다. 그는 서울 원효로 보일러 공장을 찾아가 직접 용접을 배웠다. 59년 용접으로 철판을 붙인 '대지'와 '작품'을 내놓고 문화공보부 주최 국전에 올랐다. 기독교인의 순수 신앙을 고백한 작품으로 말이다.
최 교수는 중학교 시절 톨스토이의 책에서 하나님의 존재를 깨닫게 됐다. 신앙생활을 하는 친형의 영향도 컸다. 현재 서울 신사동 소망교회에 출석하는 그가 생각하는 예술가의 삶은 금속을 용접하듯 신앙생활과 하나가 되는 것이다. "기독 작가는 교회 문을 나오면서부터 교회라고 생각해요. 교회 안에서만 교회이고 밖은 전혀 상관없다는 생각은 잘못된 겁니다. 작가는 결국 작품으로 믿음을 표현해야 하고 주님의 살아계심을 증거해야 합니다. 그게 기독교 작가 정신입니다."
그의 소재는 늘 변했다. 철에서 동과 유리로, 알루미늄에서 스테인리스로, 다시 레이저와 LED, 홀로그램으로. 그의 작품세계는 쉼 없이 새 옷을 갈아입었다. 때론 작품에 강렬한 원색을 도입하고 다양한 질감의 대비를 구현해 냈다.
90년대부터는 발광과 3차원 동영상을 통해 관람객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홀로그램은 레이저로 다양한 형상을 찍어서 한 화면에 넣는다. 이렇게 하면 한 화면에 여러 가지 형상이 교차한다. 보는 각도에 따라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과 예수님의 손, 비둘기가 교차하는 게 한 예다.
그렇다면 최 교수가 빛에 집착하는 이유는 뭘까. "빛은 모든 만물의 근원입니다. 눈을 뜨면 펼쳐지는 3차원의 세계는 인간에게 주어진 혜택입니다. 빛은 모든 것을 보게 하고 모든 것을 알게 합니다. 따라서 우리 기독교에서 빛의 의미와 중요성은 그만큼 큽니다."
최 교수는 레이저와 홀로그램 등으로 특수한 색광공간을 형성함으로써 살아계신 하나님과 나와의 신령한 공간을 형성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는 작품에 늘 신앙을 담아 공간, 색채, 운동, 형태의 미적 요소를 구현해 냈다. "순수미술을 하는 사람이 세상과 타협하기 시작하면 올바른 창작활동을 하기 힘들어요. 신앙도 그렇지 않습니까. 세상과 타협하다 보면 순수함은 온데간데없어집니다. 제자들한테 늘 그럽니다. 거짓이 없어야 예술이다. 진선미, 기분 좋은 것, 착한 것, 아름다운 것이 예술이다. 가장 옳은 것이 되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신앙도 그런 거 아닙니까." 그가 40여년간 강단에서 가르친 아름다움은 결국 '신앙'이 아니었을까.
◇최 교수는1963년부터 7년간 경신고에서 교사생활을 한 뒤 71년부터 이화여대 조소과 교수로 활동했다. 이화여대 조형예술대학장을 지냈으며, 대한민국 환경문화상 운영위원 및 심사위원, 한국홀로그램작가협회 회장, 한국미술인선교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88년 대한민국기독미술상, 96년 기독교문화대상, 2002년 황조근정훈장을 수상했다. 현재 대한민국 기독교미술대전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쿠키닷컴 글.사진=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
|
|
 |
|
공지사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