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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갈의 성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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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날며 사랑을 나누는 남녀를 그린 샤갈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화가 중의 한명이다. 초현실적이고 때로는 입체파적이기도 한 샤갈의 화풍은 어는 한 화파로 정의 내리기 어려운 독특한 것이다. 이러한 특이함을 샤갈의 집안이 믿었던 신비주의 유대교인 하시디즘의 영향으로 해석하기도 하는데 하시디즘은 18세기 북유럽에서 성행하였던 유대교의 한 변형으로 세력이 컸었다.
샤갈은 러시아의 비테프스크에서 출생하였는데 이 도시에는 유대인이 많이 살고 있었으며 샤갈은 그의 고향을 자신의 작품 배경에 즐겨 그려 넣을 정도로 사랑하였었다. 이후 상트페테르부르크, 모스크바, 베르린을 거쳐 마침내 파리에 살면서 미술의 새로운 경향을 두루 접하게 되었다. 1930년대에는 나치독일의 유대인 탄압을 폭로하는 그림을 그렸으며 이때 화상 볼라르로부터 <구약성서>에 들어갈 삽화를 부탁받게 되면서 성화 제작에 몰입하게 된다. 이를 위해 샤갈은 팔레스타인에 여행하였고 보다 구체적인 성화들이 제작되게 되었다. 1966년에는 17점의 중요한 성화들이 완성되었는데 이를 성당에 기증할려고 하였으나 아가서를 묘사한 애정표현의 그림 때문에 받아들여지지 못하였다가 프랑스정부의 주선으로 니스에 국립 마르크 샤갈 성서이야기 미술관이 건립되면서 상설 전시되게 되었다. 여기에 실린 두 점의 그림도 모두 성서이야기 17점의 연작에 들어 있는 것으로 그의 대표적인 성화들이다.
위의 그림 <야곱의 꿈>은 야곱이 에서를 피하여 라반의 집으로 도망갈 때 꿈에 하나님이 나타나셔서 환상을 보여주시는데 천사들이 하늘에 닿아있는 사다리를 오르락내리락하는 장면을 그린 것이다. 그림 중앙에 빨간 옷을 입은 야곱이 있고 왼쪽에 사다리를 오르내리는 천사들이 있으며 오른쪽으로 아주 큰 천사가 보인다. 이 장면을 그린 화가들이 이전에도 있었지만 샤갈은 화면을 둘로 나누고 하늘을 나는 모습을 환상적으로 표현하였으며 깊은 푸른색으로 처리하여 확연히 다른 화면을 만들고 있다.
위의 그림은 솔로몬이 사랑하는 술람미 여인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내용을 담은 아가서의 내용을 그린 것이다. 원색적이고 에로틱하기까지한 이 아가서는 남녀 간의 사랑을 읊어 성경에 들어 있는 것이 의외이기도 하지만 그 의미는 하나님과 예수님의 우리에 대한 사랑으로 연장될 수 있으며 사랑의 감정과 순결한 성이 하나님의 축복임을 알려주는 것이다. 샤갈은 원래 남녀 간의 애정을 그림으로 많이 그려왔었는데 이 작품에서도 그의 개성이 잘 드러나고 있다. 감각적인 붉은 색 아래에서 길게 과장되게 그려진 두 연인은 사랑을 속삭이고 있고 동물들과 새들이 함께 날며 축복하고 있다. 이것은 진정 황홀의 세계이며 축복의 세계라고 할 수 있다.
샤갈은 자신의 창작의 원천으로 성경과 사랑을 꼽은바 있다. 성경의 내용을 평생토록 형상으로 새롭게 해석해 내었으며 그의 고향 비테프스크 출신의 아름다운 여성 벨라를 진정으로 사랑하였는데 이 두 그림은 모두 그의 성경과 사랑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잘 드러난 작품들이다. 야곱이 보았던 환상은 샤갈의 손을 빌어 더욱 깊이 있게 변모하였으며 아가서의 사랑은 샤갈의 달콤한 표현에 의해 더욱 아름답게 승화되었다.
한정희(홍익대 미술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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