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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초기 성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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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세에 들어와서 동아시아에 서양문화가 가장 먼저 들어 온 곳은 일본이었다. 예수회가 창설되고 나서 얼마 후 1549년 8월에 예수회의 선교사였던 프란시스 자비에르가 일본의 가고시마에 상륙한 것이 계기였다. 일본 선교에 성공적이었던 자비에르는 보다 넓고 큰 국가였던 중국에 선교하기 위해 3년 후 복건성의 광주 앞바다의 상천도에서 입국허가를 기다리던 중 사망하여 아쉽게도 뜻을 이루지는 못하였으나 그의 선구적인 선교사업은 많은 결실을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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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텐 드 보스, 구세주상, 16세기, 파리 국립도서관
이때 일본에서는 선교에 도움을 많이 주는 성화를 제작하는 학교와 인쇄소까지 갖추고 열정적으로 선교에 임하였다. 이 당시에 서양에서 이미 만들어진 동판화들이 선교를 위한 목적으로 들어오고 있었는데 위의 것과 같은 것이다. 이것은 예수님이 지구본을 들고 우주의 지배자로서의 이미지를 드러내는 것이다. 이 그림은 네델란드의 마르텐 드 보스가 원화를 그리고 비에릭스 형제가 판각을 맡은 것으로 이런 식으로 제작된 동판화로 유명한 것이 <예수님의 일생>을 그린 153장의 작품집이다.
야곱 니와, 구세주상, 1597년, 동경대 도서관
서양의 동판화나 유화는 모두 귀해서 일본이나 중국에서는 곧 모방작들이 등장하였는데 위의 그림은 일본인인 야곱 니와(Jacob Niwa 1579~)가 그린 것으로 유화의 분위기를 일본화의 기법으로 그린 것으로 오른쪽의 동판화가 바탕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일본에서 제작된 대표적인 초기 서양풍 그림 중의 하나인데 작자인 야곱 니와는 후에 중국으로 건너가 중국인들에게 서양화를 가르쳤다고 알려지고 있다.
야곱 니와의 그림은 동판화와 비슷하기는 하나 얼굴로만 이루어진 아기 천사들을 모두 없애고 대신 구름으로 처리하였다. 예수님의 얼굴과 옷도 약간씩 바꾸어 훨씬 더 다듬어진 모습으로 처리하였다. 옷의 주름을 많이 없애 다소 평면적으로 바꾸었고, 지구본의 형태도 약간 변형시켰다.
일본에서 이러한 성화제작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많은 성화들이 만들어졌고, 이들은 다시 중국에 보내져서 마침내 유명한 선교사인 마테오 리치가 중국의 판화책 <정씨묵원(程氏墨苑)>을 통해 서양 판화들을 소개할 때에 포함되게 된다. 이 당시까지는 일본의 선교와 성화 제작이 중국을 앞서가고 있었으나 1587년의 선교사 추방령, 그리고 1622년의 나가사끼 대박해와 이어지는 1635년부터 1854년까지의 극심한 박해는 일본에서 기독교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일본에서는 비록 1세기 정도밖에 기독교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기독교 미술품이 많이 제작되지는 않았으나, 서양문화가 동아시아에 본격적으로 들어오는 발판을 마련하였다. 이후 성화는 아니지만 동아시아에서 수많은 서양풍 그림이 제작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야곱 니와의 그림은 동아시아에 새로운 기독교 미술이 시작되는 상징적인 작품이었으며, 축복하시는 의미의 예수님의 손가락은 수많은 신을 섬기는 일본 땅에도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기를 소원하시는 하나님의 계획을 보여주심이 아닐까 한다.
한정희 교수(홍익대 미술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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