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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십자가의 전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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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배경으로 나오는 이태리 피렌체 근처에 있는 도시인 아레초에는 산 프란체스코 성당이 있다. 이 성당의 성가대 예배당에는 15세기 후반에 활동하였던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1415~1492)의 <성 십자가의 전설>이라는 프레스코화가 정면에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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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프란체스코 성당 내부. (밝은 곳에 이 벽화가 그려져 있다)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는 이태리의 산 세폴크로에서 태어나 피렌체의 도메니코 베네치아노에게서 교육을 받았으며 이후 주위의 도시들에서 작업을 하였다. 그는 뛰어난 미술이론가였으며 수학자였고 원근법에 관심이 많아 『회화에서의 원근법』와 같은 저술도 남긴바가 있다. 그는 그림에서도 자신의 이론을 구현하듯 인물들과 사물들을 균형감 있게 처리하고 있으며 공간감과 괴량감 그리고 원근법을 합리적으로 구사하고 있다.
<성 십자가의 전설>은 중세의 보라기네의 야코부스 대주교가 쓴 『황금전설』의 <거룩한 십자가의 발견>이라는 항목에 들어 있는데, 예수님이 달리셨던 십자가의 나무가 원래는 아담이 아들 셋에게 낙원에 가서 구해오게 했던 나뭇가지를 아담의 무덤위에 심어서 자라난 나무라는 것이다. 후에 이 나무는 다리를 짓는 나무가 되었는데 솔로몬왕을 방문하러 오던 시바의 여왕이 다리를 건너다 알아보고 정중히 절을 하였다는 이야기가 기술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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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 <성 십자가의 전설>, 1450년대, 성 프란체스코성당, 아레초
그 후 이 나무는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리시는 나무로 사용되었으며 후에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어머니였던 헬레나가 예루살렘에 갔을 때 이 나무에 죽은 사람을 가까이 놓았더니 그가 살아났었다는 기적도 전해진다. 그리고 헤라클리우스라는 장군이 분실되었던 이 나무를 전투를 해서 다시 찾아 예루살렘으로 돌아왔다는 것으로 다소 황당한 내용이지만 피에로에 의해 작품화하면서 르네상스 시기의 대표적인 이미지로 전해지게 되었다.
여기서는 아담이 죽는 장면과 시바의 여왕이 솔로몬을 만나러 오는 장면 만 보고자 한다. 아치형에 그려진 아담의 장면은 오른쪽에 아담이 늙어서 누워있고 그 중간에 셋이 천사를 만나는 것이 작게 그려져 있으며 왼쪽에 아담이 사망하여 누워있다. 그 중간에 큰 나무가 서 있는데 이것이 후에 십자가로 쓰일 나무인 것이다. 전체가 짜임새 있게 구성되어 있으며 인물들이 안정적인 자세와 양감을 보이고 있다.
아래에는 시바의 여왕이 나무다리에 무릎을 꿇어 경의를 표하고 있으며 오른쪽에 솔로몬왕을 만나 이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우아하게 처리된 시바의 여왕과 궁정에서의 솔로몬왕의 만남은 격조 있고 품격 있게 표현되고 있다. 피에로는 마치 그리스의 조각과도 같이 인물들을 표현하고 있으며 선명하지 않은 윤곽선은 안개에 비친 인물들처럼 신비화하고 있다.
비록 이 이야기는 전설적이지만 피에로에 의해 멋진 예술품으로 거듭났으며 중세인들의 십자가에 대한 사랑이 이런 신비함으로까지 이끌었다고 생각된다.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 갈2:20 십자가가 전설을 넘어 매일의 삶 가운데 체험되어 예수님의 제자된 모습이 나타나기를 기원해 본다.
한정희 교수(홍익대 미술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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