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 |
| |
 |
|
시공을 초월하는 하나님의 사랑 |
|
|
| |
인류의 역사라는 것도 하나님의 시간에서 보면 찰라에 불과하겠지만 우리 인간에게는 의미 있는 긴 시간이며 작가들은 이것을 표현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이러한 과거의 시간을 표현하고자 하였던 서양의 작가들은 신화적인 주제를 다루거나 그리스나 로마의 이야기나 유적지를 배경으로 그려 넣었다.
서양화가 중에서도 18세기 전반에 활동하였던 이탈리아의 화가 지오반니 파니니( Giovanni Panini, 1692~1765)는 특히 고대의 부활을 희구하였기에 로마의 유적지를 배경으로 그리거나 고대 건물의 내부 모습을 아주 사실적으로 묘사하기도 하였으며, 로마시대의 여러 건축물들을 조합한 그림을 그리기도 하였다. 그에게 있어서 로마는 영화롭고 이상적인 시간을 의미하며 역사의 상징이기도 하였다.
.jpg)
지오반니 파니니, 바울의 설교, 1744년, 에르미타쥬 미술관
여기에 소개하는 <바울의 설교>는 서아시아의 여러 곳을 돌며 전도하는 바울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데 무너진 옛 신전의 돌무더기 위에서 아직 남아있는 기둥과 화려함의 흔적들을 배경으로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있다. 그림의 중앙에 바울을 배치하고 측면에 건물을 두고 있으나 그에게 있어서 건축물은 부수적인 소재라기보다는 가장 멋있었던 과거와 역사를 상징하는 의미 있는 것이다. 바울의 전도라는 기독교 역사에 있어서 중요한 시간의 묘사와 함께 그 화려했던 로마의 영화와 몰락 또한 하나님의 섭리 안에 있음을 보여준다.
.jpg)
김미옥, 바티칸 궁전/ 갠지스 강, 2010년, 작가 소장
이와 관련 있는 시도로 현대 한국의 김미옥의 <바티칸 궁전/ 갠지스강> 이라는 작품도 꼽아 볼 수 있다. 이것은 바티칸의 베드로 성당의 광장에 물이 가득 출렁이고 있고 그 한가운데에서 인도인들이 세례를 받는 장면인데 마치 그들이 신성시 여기는 갠지스 강에서 의식을 치루듯이 묘사되어 있다. 성 베드로 성당과 갠지스 강을 연합시킴으로써 작가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시는 하나님의 섭리를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하나님의 사랑은 바티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땅끝이라고 여겼던 인도에도, 아마존에도 편만하며, 현재 뿐 아니라 그 이전 로마나 르네상스 시대, 아니 태초부터 있었음을.... 또한 하나님의 사랑은 그리스도인뿐만 아니라 지구상의 온 인류에게까지도 향하고 있음을...
김미옥은 이를 위해 차용(借用)이라는 기법을 구사하고 있는데 주로 소아시아의 옛 성터나 터어키의 기독교 유적지, 그리고 여기에서 보듯이 바티칸의 성 베드로 성당과 같은 건축물을 기반으로 한다. 또 그 안에 전혀 다른 지역이나 문화권에서 볼 수 있는 풍속적이고 일상적인 요소들을 결합시킴으로써 지역적, 시간적 한계를 넘어서고자 하였다. 이러한 이질적인 요소들은 가는 실타래와 같은 선들로 이어지면서 일체감을 공유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지구촌의 인류 모두가 하나님의 섭리와 은혜 아래에서 하나 되는 시대, 모두가 하나님을 만나며, 하나님의 사랑을 느끼며, 하나님을 찬양하는 시대의 도래를 꿈꾸며 오늘도 하나님의 사랑의 이야기들을 전하며 역사의 한 순간, 한 지점들을 소중히 이어갔으면 한다.
한정희 교수(홍익대 미술대학)
|
|
| |
 |
|
공지사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