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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의 유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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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은 우리에게 신앙의 여러 측면을 일깨워 준다.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자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하나님에 대한 철저한 신뢰와 예배자로서, 믿음의 실천자로서 본이 되는 반면, 밧세바와의 일은 아무리 믿음이 좋은 자라도 언제나 실족 할 수 있다는 결코 자만할 수 없는 우리의 죄인된 모습일 것이다. 아름다운 여인의 유혹은 어느 정도 생활이 안정된 중년의 남자들에게는 면역력이 약할 때 찾아오는 감기처럼, 주의하지 않을 때 일어나는 교통사고처럼 예고없이 찾아오는 것으로 성경은 다윗을 통해 이 위험성을 신호등의 깜박이는 노란불처럼 경고해준다.
어느 봄날에 전쟁터에 있지 않고 후방에 남아 잠시 여유를 즐기던 다윗이 충신 우리야의 아내인 밧세바의 벗은 몸을 본 순간 정욕에 사로잡혀 밧세바를 범하고, 이를 은폐하고자 우리야까지 죽게 만드는 살인죄를 범한 것이다. 이것은 유혹을 못이긴 다윗의 아픈 이야기이지만 또한 왕의 사랑을 다룬 흥미로운 것이기에 그림으로 많이 그려지고 연극이나 음악, 또는 시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되었다. 대부분의 화가들은 이 주제를 두 사람이 같이 있는 것으로, 또는 밧세바의 목욕장면으로 그리고 있다. 그러나 성경이야기들을 많이 다루었던 유대인 화가 마르크 샤갈(1887~1985)은 이 주제를 색다르게 묘사하여 우리의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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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 샤갈, 다윗과 밧세바, 석판화, 국립 마르크 샤갈 미술관, 니스
위의 그림은 다윗과 밧세바를 한 얼굴의 양면으로 함께 그린 것이 특이하며 새롭다. 이러한 처리는 아마도 얼굴을 여러 면에서 바라보는 것으로 묘사하는 피카소의 입체적 기법을 응용한 것으로 보이나 의미는 다르게 느껴진다. 이것은 다윗 안에 있는 양면성, 나아가 인간의 이중성을 상징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다윗 안에 있는 두 얼굴, 선과 악, 그리고 이미 마음의 반을 차지하고 있는 여인 밧세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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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 샤갈, 다윗 성채, 1968~1971, 유화, 국립 마르크 샤갈 미술관, 니스
한편 위의 두번째 그림은 수금을 타고 있는 다윗을 중심으로 그가 왕으로 통치하였던 예루살렘성과 백성들이 멀리 보이고 서로 껴안고 있는 사랑하는 두 남녀가 구름이 떠있는 듯 그려져 있다. 다윗은 왕관을 쓴 임금이기는 하지만 삐에로와 같은 강렬한 붉고 화려한 무늬의 옷을 입고 수금을 타는 모습으로 오히려 우리에게 친근하게 다가온다. 하늘의 천사를 응시하는 눈빛은 애잔한 슬픔마저 느끼게 한다. 나단 선지자를 통한 하나님의 책망에 곧 깊은 참회를 하였던 지난 날을 회상하는듯한 정직한 겸손함의 눈빛을...
침상을 적시는 눈물의 회개와 하나님의 용서가 있었지만 이후로 다윗은 뼈아픈 죄의 댓가를 치룬다. 밧세바에게서 얻은 아이를 일주일 만에 잃고, 암논과 다말의 사건, 압살롬의 복수, 그리고 이어지는 압살롬의 반역으로 칼의 전쟁은 계속되어 죄의 삯은 사망임을, 관계의 파괴임을 다시 한번 새기게 된다.
우리는 언제나 유혹 앞에 노출되어 있다. 그래서 자만하지 말고 늘 깨어 주님 앞에 겸손히 기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다윗의 고백처럼 “주님, 우슬초로 나를 정결하게 하소서. 나의 죄를 씻어 주소서. 하나님이여 내속에 정한 마음을 창조하시고 내안에 정직한 영을 새롭게 하소서” (시: 51) 라고.
한정희 교수(홍익대 미술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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