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 |
| |
 |
|
소금광산 깊은 곳에서 경배를 |
|
|
| |
폴란드의 古都 크라카우(Krakow, 크라코프)에서 남동쪽으로 약 10km 떨어진 곳에 유명한 비엘리츠카 소금광산이 있다. 이곳은 약 200만년 전에 바다였던 것이 지각변동으로 암염층이 생긴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그 길이가 무려 10km 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3세기부터는 소금을 채굴하는 광산이 되었고 2천여개의 방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지금은 일부지역이 관광지로 개발되어 있다.
.jpg)
성 킹가의 예배당, 비엘리츠카 소금광산 내부.
이 암염광산은 흥미롭게도 미술과 관련이 있는데 특이한 점은 그 안에 많은 조각들이 있다는 것이다. 갱도를 따라가며 곳곳에 방이나 공간이 만들어져 있고 그곳에 다양한 조각들이 장식되어 있는데 이 광산의 수호성인이기도 한 헝가리에서 시집온 전설상의 킹가공주상도 자리하고 있다. 지하 100m 아래에는 특히 왼쪽의 그림과 같이 큰 규모의 예배당이 만들어져 있는데 1896년부터 조성되었다고 한다. 소금광산 안에 이렇게 큰 예배당을 파내었다는 것은 지극한 신앙심이 아니고서는 이루어 질 수가 없는 것이다.
이곳의 조각은 모두 그곳에서 일하던 광부들만이 새길 수가 있었으므로 예술적 감각이 있는 광부들에 의한 것이다. 갱도의 대부분의 조각들은 누가 새겼는지 모르는 것들이나 이 예배당의 조각들 만큼은 그 제작자가 알려지고 있다. 이 예배당은 그중에서도 뛰어난 광부 조각가들이 조성한 것으로 조제프와 토마스 마르코우스키 형제와 안토니 비로데크(Antoni Wyrodek) 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안토니 비로테크는 이 예배당의 조각을 제대로 완성시키기 위해 크라카우의 미술대학에 들어가서 정식으로 조각을 공부하고 돌아와 적극 참여하였다고 한다.
.jpg)
안토니 비로데크, 이집트로의 피신, 1928년, 성 킹가의 예배당 벽면
예배당의 주변 벽에는 돌아가며 많은 부조들이 새겨져 있는데 오른쪽에 보이는 이집트로의 피신을 비롯하여 헤롯왕의 영아 살해, 가나의 혼인 잔치, 최후의 만찬, 십자가에 달리심 등 여러 장면들이 있다. 그 중에서 이 <이집트로의 피신>과 <가나의 혼인잔치>는 모두 안토니 비로데크에 의한 1920년대의 작품들로 상당한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깊이를 드러내는 오행감(奧行感)의 표현이나 인물들 주변의 야자수나 건물들의 표현이 가운데의 주요 인물들과 적절히 어울리고 있다. 그러나 최후의 만찬은 이전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유명한 장면을 별로 바꾸지 않고 있는데 주변 장식문이나 실내표현에서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이렇게 많은 조각들이 모두 소금을 다듬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잘 마모되지 않는 것은 이곳의 소금들이 거의 수정과 같이 단단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여기에 불을 밝히고 있는 상들리에의 크리스탈 장식들까지도 모두 소금으로 된 것이라는 점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하루에 한번 이 예배당에서는 관람객을 위해 바하 곡과 같은 찬양 음악을 틀고 조명을 그 음악에 맞춰 껏다 켰다하는 퍼포먼스를 하는데 마침 필자가 갔을 때 그 장면을 연출해 특별한 감흥을 받았다. 소금으로 둘러싸인 지하 깊은 곳에서 찬양이 울려퍼지는 것도 장엄한 아름다움이지만 그보다 이곳에 더 나은 조각을 만들기 위해 광부 생활을 잠시 접고 미대에 들어가 배운 후 더 나은 작품을 만들었던 광부 조각가의 신앙심과 열정에 고개가 숙여진다.
한정희 교수(홍익대 미술대학)
|
|
| |
 |
|
공지사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