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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포스터 걸작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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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
어렸을 때 영화감독이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주일마다 집안에 계시는 아저씨들과 영화를 보러 갔습니다. 저는 공짜였습니다. 너무 어려서요. 극장에 가면 벽면 상단에 초대형 간판과 극장 유리창과 벽면마다 영화 포스터들이 빽빽하게 붙어져 있었습니다.
7살 즈음에 보았던 영화 벤허는 마차경기가 아주 압권이었습니다. 그 후로 자주 TV명화극장으로 즐겨 본 이 영화의 백미는 예수님과 벤허의 만남이었습니다. 갈보리언덕을 십자가를 지고 가시는 힘이 다 빠진 예수님께 벤허는 물을 떠서 드리지만 로마병사의 채찍질로 물은 엎질러집니다. 이 때 예수님께서 벤허를 쳐다보는 장면은 무어라 표현하기 힘든 사랑이 가득 담긴 눈빛이었습니다. 벤허도 예수님의 얼굴을 보고 놀랍니다. 오래전 자신이 반역죄로 압송될 때 물을 건네주었던 한 청년, 바로 그분이었습니다. 예수님의 눈빛의 은혜로 나병환자인 벤허의 어머니와 누이동생이 새 살이 돋고 치유되는 기적도 경험하게 됩니다. 저에게 감동과 감사함을 선물한 영화이며, 가족 사랑을 전해준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를 감독한 윌리엄 와일러(William Wyler)감독은 “하나님, 진정 이 영화를 제가 만들었단 말인가요!”라며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이신 하나님께 모든 감사함을 드린 명감독이었습니다. 이 영화의 원작은 “A Tale of Christ”입니다.
20세기 포스터 걸작전에 대한 내용이어야 하는데 영화이야기만 하네요. 영화는 제가 진학과 진로, 꿈을 갖게 된 계기가 되었으니까요.
제가 지원한 미국 뉴욕의 프랫대학(Pratt Institute) 입학서류 중에 에세이를 작성하는 필수항목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바로, 본인이 본 영화 다섯편을 선택해 그 영화에서 영향을 받은 내용을 한 문장씩 서술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벤허, 쿼바디스,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닥터 지바고, 사운드 오브 뮤직을 주저없이 선택했지요.
대학과 대학원 시절, 저는 선진문명의 학생들 사이에서 문화의 충격에 부딪혔고, 과제를 진행할 때 디자인의 개념들 즉 디자인을 해결할 수 있는 원천적인 개념들에 대한 인식이 제게 너무나도 부족함을 깨달았습니다. 도서관에서 책과 잡지들을 수없이 보았지만 실감할 수 없고 마음에 와 닿지 못하는 상황이 몹시 답답했습니다. 디자인은 허체를 보고 느낄 수 없다, 디자인은 실체를 보고 만져보고 내 품에 안아야 알 수 있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이 생각이 또 다른 꿈, 디자인박물관 설립의 꿈을 갖게 했습니다. 주말이면 프리마켓, 앤틱샵, 뮤지엄 등을 다니면서 디자인제품과 영화음반, 책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저에게는 영화음반이 포스터였습니다. 음반을 자세히 보면 Cover Design by ○○이 있습니다. 이 ‘누구’를 알기위해 책을 구입하고 이렇게 모은 제품들, 가구들, 음반들, 포스터 등을 통해 디자인 역사를 실질적으로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포스터는 박물관을 만들면 교육용, 전시용으로 필요할 것 같다고 생각하고 수집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디자인 전문서점에 걸려있는 레코드 사이즈의 포스터를 발견했습니다. 참 귀한 작품들인데 서점 주인의 도움으로 이 포스터의 전체 시리즈 50장을 힘들게 구입할 수 있었고, 이번 전시회에 27점을 전시합니다. 오리지널 포스터를 리프린트한 포스터로 박물관, 미술관에 오리지널 포스터 대신 전시되는 1910년, 1920년도의 대표적인 디자인 작품들입니다.
이번 전시의 단초 역시 영화, 영화음악에서 출발되었습니다. 영화음반과 LP 사이즈의 디자인 사조 관련 포스터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20세기 포스터 걸작전」이 준비되었습니다. 본 전시에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조각가, 화가, 건축가들이 디자인한 포스터 작품들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이 전시를 통하여 관람객 여러분께 세계의 디자인·문화 역사의 흐름이 전달되어 그 시대의 문화를 알아가고 분별함으로써 앞으로 다가올 문화에 대해 대응하며 선도해 나가는 지혜와 품격을 갖추어 나가는 데에 기여되기를 소망합니다.
끝으로, 전시장 내부의 구성과 관람방법을 간략히 소개하면, 벽면 상단에 디자인 100년의 역사를 비추는 160장의 포스터를 중심으로 한 그 시대의 상징 그래픽들이 전시됩니다.
그 하단에 20세기 주요 이슈들, 문화 예술 사조들이 키워드 중심으로 나열되어 있습니다.
그 아래에 크고 작은 포스터들이 140여점 전시되고 있습니다.
작가 및 작품에 대한 설명이 작가의 사진과 함께 한글과 영문으로 설명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벽면 코너에 시대를 대표하는 의자 12개가 놓여져 있습니다.
그 시대의 문화적 사조와 이슈들을 입체화하고자 위와같이 구성하였습니다. 공간과 구성이 보시기에 다소 힘이 드실지 모르지만, 이런 이유로 전시가 계획되었다고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개인소장품이라 충분치 못한 부분이 많습니다. 따듯한 마음으로 접해주셨으면 합니다.
40년 가까이 보관되었던 포스터들이 주님께서 예비해주신 만남들을 통하여 교회에서 펼쳐 보여질 수 있어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 전시의 기획부터 함께 노력하시고 수고하시는 안기순권사님, 전시의 가능성을 인지하시고 하나님께 영광드릴수 있는 전시를 기도로 간구해주신 유이삭 목사님, 교회의 중한 사역들 중에도 애정을 기울여주신 오정현담임목사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특히나 더웠던 여름, 시간을 쪼개어 수고를 아끼지 않은 3명의 제자들에게 감사함을 전합니다. 미술인선교회 회원님들, SaGA 레거시아카데미 김대순학장님, 이윤재부학장님, 레거시님들, SaGA 사무처 가족분들의 애정어린 관심과 협조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여기까지 도우신 하나님, 이 전시의 주관자 되시는 하나님께 모든 영광 올려드립니다.
2024.9.28. 김 규현 작가 / 경희대학교 예술디자인대학 명예교수, 디자이너 겸 콜렉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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