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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아를의 바람을 타고
72.7x60.6 cm oil on canvas, 2017
유경옥
경력:성신여자대학교서양화전공졸업, 동대학원 서양화전공 졸업, The Art Students League of NY 수료
뉴욕 동부개혁장로회 신학교 졸업(목회학,선교학석사),수곡미술선교회 회장
성경말씀; 사 40:8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드나 우리 하나님의 말씀은 영원히 서리라 하라.
유경옥의 작품 : 아를의 바람을 타고
유경옥의 작품은 대단히 화사하다. 캔버스에 유화물감으로 작업한 전통 회화 방식의 작품으로 한 무리의 장미꽃과 오밀조밀한 붉은 꽃망울들이 사랑스럽다. 싱그러운 꽃바람, 꽃향기를 가득 머금고 덩실덩실 군무를 추는 것 같아 보인다.어디선가 비발디의 협주곡 사계 중에 ‘봄’이 아련히 바람결을 타고 들려온다. 바이올린의 경쾌한 음 율은 빠르게 흐르고, 꽃무리는 한껏 화려함을 뽐내며 출렁인다. 작품에 심취하다보면 바람결과 싱그러운 꽃 내음의 추억이 부유하게 되고 그즈음 작가와 감상자는 마침내 감성적 교감이 이루어진다.
작가는 남프랑스를 여행하면서 그 유명한 아를 드 프로망스(일명 아를 Arles)를 방문했었다.고호가 생전에 머물면서 많은 작품을 남겼던 예술가의 혼이 서린 곳이다. 그 곳에서 작가는 고호가 묘사한 나무나 풀잎 꽃잎들이 언제나 출렁이고 있던 이유를 깨닫게 된다. 작가 또한 온 몸으로 거센 바람을 맞으며 알게 된 것이다. 결국 고호가 그랬던 것처럼 아를의 풍광에 매료 되어 그린 작품 중 하나다.작품 속 근경에서는 바람결에 흔들리는 붉은 꽃무리들, 중경에는 풀잎들이 이쪽저쪽으로 파도처럼 출렁이며 강한 운동 에너지가 넘친다. 원경에는 멀리 고호도 그렸을법한 나무 몇 그루가 바람 앞에 겸손한 모습이다.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붉은 꽃무리와 풀잎 무리들의 일정한 질서 즉 갈지자형 구도( 之 )와 단순화 된 형태적 반복은 숙련 된 솜씨로 촘촘히 잘 짜 놓은 스웨터 같은 밀도가 엿보인다. 작품에서는 아를의 경치를 덩어리감, 원근감, 양감, 질감, 터치감, 운동감에 속도감 있는 필력까지 첨가 되어 금상첨화라고 할 만큼 경쾌하고도 흥겹고 활달하고도 율동감 넘치는 작품으로 묘사 되었다.
그러나 하늘만큼은 작가만의 내면세계를 묘사하고 있다. 작가는 현상 세계 뿐만 아니라 또 다른 세계의 2중적 구조로 하늘을 암시하고 있다. 마치 라니아 연대기에서 옷장 안으로 들어가면 다른 세계가 열리는 것처럼 작가만의 세계로 이동하는 하늘 문을 암시한다.색에 대한 남다른 이해력과 감각적 재간은 하늘에서 유감없이 묘사 되고 있다. 하늘색의 청명하고 신선함은 천국에 대한 끝없는 갈망의 순도를 나타내고, 노을이 지고 있는 시간적 설정에서는 어느덧 인생의 허무와 세월의 덧없음을 느끼게 된다.
작품에 심취되어있을 즈음 작가는 놀랍게도 흐드러진 꽃들 사이에서 분명 아를에 존재하지 않았을 것 같은 낯 설은 바가지 형태를 툭 던져 준다. 예상치 못한 불청객으로 살짝 당황스럽다. 그러나 작가가 의도적으로 설정한 매개체 '물거품' 이라는 것을 눈치 채야만 한다. 물거품이란 기호는 속이 비어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공기로 가득 차 있다. 장력에 의해 반원 형태는 팽팽히 유지 된다. 물거품을 둥글게 유지시키는 가득 찬 공기는 성령의 은유적 표현이기도 하다. 만약 물거품이 터진다면 표막의 물은 대지로 스며들고, 안에 있던 공기는 대기와 만나 하늘 어디론가 날아간다. 성령으로 가득 채워졌던 육체가 천국의 대기권으로 들어간다는 작가의 물거품 이론인 것이다. 물거품이 가진 특징 중 또 하나 중요한 요소는 물거품은 반원 형태라는 것이다. 완전하지 못한 미완성을 의미하고 완전한 주님을 만나야한다는 작가만의 진정성 있는 암시이다.
작가는 물거품이야말로 예수그리스도의 십자가 고난과 부활, 재림 그리고 휴거까지 단번에 표현해 주는 절대 매개체라는 확신 속에 작업해 나간다. 작은 물거품 하나도 예사롭게 보지 않는 작가적 기발한 발상과 관찰력에 경외감을 느낀다. 대수롭지 않던 물거품 기호 하나가 날선 작가적 시선과 엉뚱한 상상력이 접목 되니 발상의 전환과 함께 놀라운 고 부가가치가 있는 이례적 작품의 주제가 됐다. 작가는 인생도 한낱 물거품 같은 존재지만 절대 주귄자와 함께라면 거창하게 말해서 존재감 있는 온전한 존재가 될 수 있다고 암시해 준다.
예민한 감성들을 잃어가는 현대 기계문명의 이기 속에서 오감을 열어주는 자연 회귀적 작품을 감상하면서 한번쯤은 작품을 관조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작품 속으로 녹아들어 가서 남프랑스 어딘가에 있다는 프로망스의 대자연의 바람결에 온 몸과 온 마음을 다 맡겨버리고 자연과 예술에 흠뻑 젖어 보면 좋을 것도 같은 봄날이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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